안산이혼전문변호사 최교진 교육부 장관 “절대평가 도입, 대교협·교육감 의견도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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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6-02-08 09:05본문
최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학교에선 여전히 과거형의 정답 찾는 교육만 하고 있다”며 “지난주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절대평가 도입과 관련해 (관계기간이 함께) 공동 안을 도출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절대평가 전환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대학별 본고사 확대, 내신 부풀리기, 자사고 선호도 증가 등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며 “책임있는 단위들이 같이 모여서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하기에 절차와 합의를 거쳐 시도해보려고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입제도는 국교위가 큰 틀거리를 제공하면 교육부가 정책을 만들어 발표해왔다. 대교협과 교육감까지 대입 제도 논의 주체를 확장하는 것은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현재 수능과 고교 내신의 대부분 과목은 상대평가로 점수와 등급을 낸다.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계에선 상대평가가 ‘줄세우기’로 과도한 경쟁을 야기한다고 보고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주요 기관에서 절대평가 전환을 의제로 던지며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국교위는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청에 수능과 내신을 모두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공유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비슷한 시기 2033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제안한 상태다.
최 장관은 정책 발표가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선 “산업체 유치, 정주여건 개선 등을 함께 논의 중”이라며 “금방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최 장관은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논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통합을 교육자치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장 공모제 등 기초 단위에 자치권을 주는 방법을 제시했다. 통합특별시에 특목고가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염려처럼 우후죽순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혹여나 정치논리 때문에 교육자치가 훼손되는 일은 막아내기 위해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최 장관은 중학교 국어 교사 출신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장과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 2014년부터 세종시교육감을 지낸 3선 교육감 출신이다. 다음은 최 장관과 일문일답.
-초중등교육 뿐 아니라 고등교육까지 교육계 전체 정책을 들여다 본 소회가 어떤가.
“교육감 때는 유초중고에 집중했다면 교육부 장관이 되니 고등교육 분야에서 공부할 것들이 훨씬 많다고 느낀다. 국회 대정부 질문 때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언제, 어떻게 하겠다고 말을 한 게 아니고 교육감들이 공감하고 있던 부분이라 그렇게 말했는데 이후 혼란을 줄 수 있는 문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어떻게 내놓을지 (반응이) 예민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잘 다뤄야 한다는 점도 많이 고민된다.”
-수능·내신 절대평가 도입 논의가 국가교육위원회와 일부 시도교육감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부, 국교위, 대교협이 공동으로 안을 마련하고 국민들이 차분하게 숙의를 거쳐 합의하는 안을 추진해보길 제안해줬다. 공식적으로 합의되진 않았지만 그러한 방식도 유효하겠다고 생각한다.”
-취지는 좋지만 대학입시가 엮이다보니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절대평가 전환 논의에서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가 확대되거나 내신 부풀리기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 그런 우려도 최대한 녹이면서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 교육부 혼자서 할 일은 아니다. 그 정도 책임있는 단위들이 같이 모여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교육 분야의 중요한 국정과제로 꼽혔는데 정작 발표가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협의가 안 된 부분이 있는 걸까.
“교육부만 보면 늦어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은 지역의 산업기반, 지역 대학, 지역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모든 걸 조율해야 한다. 교육부만 (먼저) 발표하면 또다른 질문과 의문을 낳는다. 발표가 늦어지는 건 아니다. (발표까지) 그렇게 멀진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은 특히 무엇이라고 보나.
“지역 통합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어렵게 진행해 온 교육자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자치 1기’라고 한다면, 이번 통합을 계기로 ‘교육자치 2기’가 시잘될 수도 있다고 본다.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교육장을 주민 뜻이 반영되도록 선출하거나 공모제를 시행할 수도 있겠다. 교육장 공모를 통해 최소한의 인사권과 예산을 드리고 교육자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여러 우려가 있지만 이번에 기회로 만들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정치인이나 지자체 입장에선 선거에 유리한 특목고 설립 권한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혁신도시의 경우 지자체장이 요구하면 국제고 등 특목고를 설립할 수 있었다. 실제로는 그런 학교가 거의 세워지지 않았다. 교육감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교육적 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5극3특 체제로 가면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목고가 필요할 수도 있다. 너무 경직되기 보단 지역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단체장과 교육감이 필요하겠다고 합의한다면 교육부 동의를 얻어 설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가 한번 더 검토하는 과정을 반영하려 하기 때문에 우후죽순 특목고가 생겨나진 않을 것이다.”
-최근 민주시민교육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 SNS를 통해 여러 정보를 접하는 시대에 맞는 민주시민교육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그동안 모든 교과 시간에서 기본적인 민주시민교육을 해왔다. 다만 교육부에서 민주시민교육과가 있다가 없어지면서 괜히 위축되기도 했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토론 수업의 원칙을 저희가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 10대 남학생이 극우화 하고 있다는 분석에는 동의하나.
“남학생이 특별히 그런지 모르겠다. 같은 또래들은 이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놀이처럼 접근한다고 본다. 남자 아이들이 그런 놀이에 접촉면이 더 넓다고 생각하고, 남학생이라서 더 심각하다거나 크게 우려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함부로 노출되는 지점이 많다면 어떻게 줄여 나갈지, 그리고 강압적인 방법 대신 아이들 스스로 논의를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많이 쓰는 편인가.
“해보긴 하는데 많이 더디다. 질문을 받아 답을 해야 할 때 주로 쓰는 편이다. AI 활용이 효율적이긴 하지만 질문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엉뚱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고 실감한다. 우리 아이들도 AI의 답을 판별할 수 있을 때까지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한다.”
-AI가 사회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속도전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보는지.
“모두를 위한 AI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영어 교육을 원래 중학교 때부터 하다가 이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한다. AI 시대를 산다고 할 때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발달 과정에 맞춰 AI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정리해가야 한다. 연구를 진행하고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올 한 해 동안 정리하고자 한다. 최근 방안에선 정보교과 중심으로 들어가있지만 모든 교과목, 모든 선생님들이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교육과정에 (AI교육을) 녹일 수 있도록 도입해야 한다.”
-수도권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상 기조 하에 부작용을 최소화 할 방안이 있는지.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지 않고선 견딜 수 없다고 하고, 학생들은 인상분을 최대한 학생 복지에 쓰고 학생들이 인상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생들 이야기에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지금까지 등록금이 계속 동결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제대로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은데, 앞으로 등심위가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법정부담금은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 대학 법인에 대해선 사학진흥재단을 통해 실태 점검을 하고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각 대학이 갖고 있는 적립금 규모와 사용처를 공시하도록 했으니 대학의 책무도 높여야 한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행사에서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부분은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학부모 단체에선 ‘교육정책의 중심이 학생이 아닌 것 같다’며 입장문을 냈다.
“기본적으로 모든 관심은 학생에게 있다. 다만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려면 지켜줘야 하는 게 선생님들이다. 가정이나 시설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관련 법(아동복지법)이 강화됐다. 우리 아이들이 학대 당하면 안 된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발되는 순간 아이들과 분리돼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일들이 법 취지와 별개로 많이 나타난다. 아동학대가 벌어지면 교사든 누구든 지금보다 엄히 벌해야 한다. 다만 아동학대 신고가 나중에 학대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그 과정에서 몇 달간 겪어야 하는 교사의 피해는 결국 모든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초등 방과후수업을 늘봄학교에서 ‘온동네 돌봄’으로 전환했다. 학교에 더해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해 방과후 돌봄과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인데, 지역별 인프라 격차가 크고 리박스쿨 사태처럼 검증되지 않은 외부강사가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도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내 소외지역 학교를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학교장은 면접·면담을 통해 외부 업체 소속 강사들의 경력과 자질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
진행│이윤주 정책사회부장
한국농인LGBT+ 활동가이자 수어통역사인 보석(김보석)이 지난 17일 별세했다. 여행 간 일본에서 급성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37세.
보석의 죽음을 두고 한국 여러 인권단체와 개인들이 추모 성명을 냈다. “농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농사회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에 맞서 싸우며 먼 거리에 있던 이들을 동료로 이어”(서울인권영화제)온 사람이자 “이름처럼 언제나 반짝이고, 따뜻하고, 누구보다 빛나게 자신의 인생을 살던 사람”(박진화)이었다.
보석은 1989년 12월 11일 인천에서 태어났다. 코다(CODA; 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였다.‘연극in’ 제204호(2021년 7월15일) ‘연극인이 만난 사람’에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자라면서 부모와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수어도 따로 배우지 않았다. 용돈 얘기, 밥 얘기 정도만 했다고 한다.
20대 초반 방황하던 시기 찾은 교회의 농인부에서 활동한다. 나사렛대학교에 수어통역학과가 있다는 것도 여기서 알게 된다. “공장에서 성실히 일하고 월급 받는 것을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믿고 살아”온 부모는 보석이 수어를 대학에서 배우는 걸 반대했다. 그 반대를 무릅쓰고 2010년 수어통역학과에 들어간다. 수어를 배우며 ‘코다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그 전에 나에게 부모님은 그저 대화가 되지 않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수어를 배우면서) 비로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부모님을 보며 갑갑하게 느꼈던 부분, 행동들이 농인인 부모님들의 맥락에서 이해되기 시작했다.”
보석은 수어를 계기로 부모를, 다른 농인들을 더 이해하기 시작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연대의 폭을 넓혀갔다. 열심히 배웠다. 학부 1학년 때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땄다. 바로 수어통역사 활동을 했다. 2022년엔 나사렛대학교 재활학(수어학) 박사 과정도 수료한다.
일본어 교사가 꿈이었던 그는 일본어와 일본 수어에도 능통하다. 미국 수어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정도로 했다 그는 통역사로 일할 때 늘 서로 언어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전달한다고 생각했다. 즉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 수어를 쓰는 사람’에게 한국어를, 한국어를 쓰는 사람에겐 한국 수어를 전했다.
수어 통역 일에 만족했지만 더러 힘들었다. 늘 차별을 겪는 농인들의 경험을 통역할 때면 감정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보석은 ‘코다’와 ‘수어 연구자’에 ‘성소수자’였다. 어릴 적 동성애자라는 성적 지향을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굳이 막 떠들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물어본다면 부인한 적이 없었”다. 대학에 다닐 때 벽에 부딪힌다. 연극in 인터뷰에선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장학금에 목매고, 교수님들과 잘 지내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주변 친구들에게는 아니꼬웠던 모양이고, 그게 ‘게이인 게…’라는 식으로 귀결됐다. 그때가 힘들었다. 아, 숨겨야 하는 거구나…. 처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중의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다. 보석은 2021년 4월 경향신문과 인터뷰할 때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사회에서 농인 가족을 ‘불량’인 것처럼 봐요. 제가 성소수자라고 하면 ‘너희가 불량이라 그렇게 된 거야’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저는 ‘게이, 코다, 수어연구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소극적으로 되거나 앞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는 거예요. 청사회와 농사회 양쪽으로 벽이 느껴질 때는 너무 괴롭습니다. ‘나 때문에 부모님도 거부당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무섭고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았다. “코다 정체성과 성소수자 정체성이 만났을 때 생기는 시너지”로 여러 일을 하나하나 실천했다. 대표 활동이 동료들과 대안 수어를 만든 일이다.
농인 성소수자들은 한국수화언어(한국수어)로 정체성을 알릴 때면 자기혐오를 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레즈비언과 게이를 뜻하는 수어는 각각 특정 성행위를 묘사한다. 예를 들어 게이는 ‘항문성교하는 사람’, 레즈비언은 ‘몸을 비비는 사람’이다. 보는 농인도 그 혐오의 차별의 언어로 성소수자를 이해하게 된다. ‘남성 동성애자’는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옮겨도 될 일인데, ‘신체 결합’의 수어들을 썼다.
이 문제를 먼저 고민한 게 보석의 동료 활동가 지양(우지양)이다. 지양이 “성소수자에게 차별적이지 않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바로 참여했다. 2021년 보석, 지양, 태환, 레고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없는 즉 ‘여러 정체성을 인정, 존중’하는 대안 수어도 직접 개발했다. 예를 들어 레즈비언과 게이엔 성적 지향의 본래 뜻을 살린 ‘이끌림’이라는 뜻을 살렸다. 이들은 대안 수어를 개발해 묶은 <농인성소수자X한국수어: 편견과 혐오를 걷어낸 존중과 긍정의 언어>를 출간한다.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보석은 이 책 출간과 동영상 제작을 두고 “우리가 이걸 만든 건, ‘이렇게 부르면 기분 나빠요. 이러지 말아주세요’ 수준이 아니라 ‘우릴 정확하게 이렇게 불러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석을 포함한 활동가들은 수어통역가들에게 성소수자 관련 수어는 혐오표현이라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다녔다. 국립국어원에도 이 문제를 줄곧 제기했다. 2025년 5월 국립국어원으로부터 2026년 한국수어 내 혐오, 차별 표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2027년 한국수어누리사전에 성소수자 수어 표현을 등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국립국어원은 한국농인LGBT+에서 제안한 표현을 포함해 대안수어를 검토, 마련하고 대안수어가 정립되는 대로 공식행사에서 대안수어를 사용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2021년 한국농인LGBT 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보석은 “농인 성소수자도 안전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 한국농인LGBT+가 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류의 장’에 그치지 않았다. 농인 성소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했다. 코로나19 때 성소수자 혐오가 불거지자 농인 성소수자를 위한 비상연락망을 구축했다. 농·청인 성소수자가 함께 참여하는 오픈스터디를 열어 혐오와 차별의 경험을 나눴다 한때 농인 성소수자는 성소수자 단체에서도 낯선 존재였다. 보석은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 단체에서도 행사에 농인 참여자가 온다고 하면 횡설수설하지 않고 우리한테 연락이 와요. 농접근권을 위해서 수어통역이 필요하다고요. 이제 그런 인식이나 분위기가 생긴 것 같아요. 조금은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된 것 같아요.”
보석은 열정적인 활동가였다. 인권단체 교육사업이든 캠페인이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 또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아다녔다. 아티스트였다. 연극, 영화, 음악, 문학 등 여러 예술 분야 공연, 상연, 낭독회에서 표정과 몸짓 화려한 수어를 선보였다. 여러 장소에서 장애인들이 휠체어로 접근하기 쉬운 자리나 수어통역을 쉽게 볼 수 있는 좌석을 먼저 지정하도록 팀원들과 함께 고민했다.
정치적 입장도 분명했다. 한국농인LGBT+는 윤석열 계엄을 비판하고,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늘 촉구했다.
30대 중반 활동가의 죽음에 여럿이 슬픔에 빠졌다. 보석의 동료인 한국농인LGBT+ 활동가 해인은 2024년 5월 24일 농인 성소수자 실태조사 보고회에서 보석을 처음 만났다. 이듬해 보석의 권유로 상근 활동을 시작했다. 해인은 부모 병간호를 하며 이곳 일을 병행했다. 상근자는 이 두 사람뿐이었다. 이들은 10개월을 같이 일하고, 공부했다. 둘은 대학원에서 농인 성소수자 연구를 같이하자고 약속했다. 해인은 “보석님이 제게 보정해달라고 부탁한 프로필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됐다”며 슬퍼했다. 해인은 “보석 님 덕에 혐오수어보다도 대안수어를 먼저 배웠다. 나 자신의 정체성, 논바이너리 남성애자를 적어도 혐오수어로 표현할 일이 없었다”며 고마워했다.
보석은 30대 젊은 나이에도 죽음이라는 실존 문제를 고민한 듯하다. 그는 평소 “내 장례식이 슬픔과 눈물로 가득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파티”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장례는 지난 24~26일 인천성모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해인은 “얼마나 활동을 열심히 하셨는지, 장례식장엔 활동가들과 보석 님의 활동을 지켜본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보석 유해는 한 기독교추모시설에 안치됐다. 고인은 개신교 신자였다.
해인과 동료들은 봉안당의 보석 곁에 <농인성소수자 × 한국수어> <쌍스러운 사람들의 한국수어> 책자와 무지개 깃발, 한국농인LGBT+ 배지를 두었다. 해인은 보석의 유품과도 같은 이 물건들을 두고 “퀴어의 죽음이란, 그리고 활동가의 죽음이란 게 결국 죽어서도 사회운동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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