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경기 1984년 9월 한밤중, 아버지가 곤히 잠든 나와 형제들을 흔들어 깨웠다. 홍수가 났다며 얼른 옷 입고 대비하라고 하셨다. 며칠 동안 퍼부은 비에 동네 개천이 넘치면서 난리가 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때 서울에는 298.4㎜의 비가 퍼부었다. 하루 최대 강우량으로는 1904년 기상대 창설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한강 본류는 물론 지류까지 넘치면서 서울의 피해가 극심했다.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딱 이런 때 적합한 속담이리라. 졸린 눈을 비비며 나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사람 많은 곳에 섞여 있게 될 수 있는데, 마냥 편한 옷만 입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끝에 밝은 청 셔츠에 청바지를 골랐다. 여기에 헐벗은 발은 아니라고 생각해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고, 긴 머리카락은 묶을지 풀지를 고민하다 위 절반만 양 갈래로 나누어 핀을 꽂고 대기했다. 다음날 아침, 내 패션을 보신 아버지는 이런 물난리에 무슨 청바지, 무슨 양말이냐며 황당해하셨다.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