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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치료제구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소액주주 탄원서 제출 ‘부글부글’···금융당국도 “리스크 높은 사안”

작성일 26-04-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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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또또링 조회 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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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치료제구매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액주주들은 금융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리스크가 높은 사안”이라며 중점 심사에 착수했다. 유상증자를 두고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거수기’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액주주연대 ‘액트’는 30일 금감원에 유상증자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3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탄원서와는 별개로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바꾸는 내용의 주주서한 발송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2조4000억원)는 발행주식 수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데다, 조달 자금의 62%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로 하면서 주주가치가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기존 주주가 신주를 떠안는 구조다. 외부투자자를 통해 기존 주주 부담을 더는 제3자 배정 방식이 아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통화에서 “당장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만큼 (주주가 부담해야 하는) 유상증자 금액을 줄여서 주주에게 미치는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를 향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같은 ‘기습적’인 공시로 신뢰 및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그동안 독립이사들은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한 (태양광) 과잉 투자를 제지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회는 당연히 최소한의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투자 집행을 미루거나 승인 거부를 했어야 한다”며 “유상증자 결의 관련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주주의 손실로 경영의 실패를 벌충하는 행태는 더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며 “한화솔루션이 아니라 ‘한화트러블’이 됐다”고 지적했다.
시선은 금융당국으로 모아진다. 금감원은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중점심사에 착수했다.
중점심사는 일반심사와 달리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재무위험 과다’, ‘주관사의 주의의무 소홀’ 등에 해당하면 적용한다.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금감원이 유상증자를 반려할 권한은 없지만 지난해 ‘대규모 기습 유증’으로 논란이 됐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도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만큼 이번에도 이르면 다음 달 초 정정 요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본적으로 다른 건보다 리스크가 높은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주주들과 소통이 잘 됐는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얼마나 있는지,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의 소요처를 정확히 기재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날 논란이 커지자 입장문을 내고 “사전 자료 검토, 사전 설명회, 추가 자료 검토,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이사회 결의를 하였으므로 충실의무 위반이 아니다”라며 “투자집행은 이사회 결정 및 사업 대표이사의 집행에 따른 것으로 김동관 부회장이 단독 결정한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화는 최근 김동관 부회장의 30억원 지분 매수에 이어 이날 한화솔루션 사외이사 전원(4인)도 주식 매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간경향] 서울에 사는 A씨는 자녀가 한국식 나이로 다섯 살이 되던 지난해 한 유명 어학원(영어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켰다. 아이는 영재시험, 읽기, 쓰기 등의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해당 어학원에 입학했다. A씨는 2년차로 접어든 올해 아이가 영어유치원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어학원은 올해 입학생부터는 선발방식을 바꿨다. 모회사 계열의, 3~4세반을 운영하는 B어학원 졸업생들에게만 입학 자격이 주어졌다. A씨는 “이 영어유치원에 입학하려고 준비하던 부모들이 당황해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B어학원 등록 전쟁이 심해질 것’이라거나 ‘영유(영어유치원)를 5세부터 보내려고 했는데 3·4세부터 보내야 할지 고민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어학원이 입학생 선발방식을 바꾼 까닭은 유아(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 대상 학원의 모집 및 수준별 배정을 목적으로 한 시험·평가를 금지하는, 이른바 ‘4세·7세 고시 금지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극단적 선행학습 형태의 조기 사교육이 아동의 휴식·놀이권을 침해한다”며 교육부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이어 9월에 국회에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4세·7세 고시 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3월 12일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교육계 및 시민단체들은 “유아 사교육 업계의 교습 내용, 절차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규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 법안이 예고됐을 때 일부 학원들이 입학시험 대신에 서류 제출이나 구술 면접, 입학 자격 제한 등 법률을 우회한 선발방식을 도입하면서 법 시행 이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영어유치원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에서 몇몇 곳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후 인기를 얻어 전국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다. 2025년 5월 기준 전국적으로 820곳(교육부 조사)이 운영 중이다. 서울(249개)과 경기(273개)에 절반 이상 몰렸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 15일 공개한 ‘2025년 사교육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 1만606명 중 3045명(29%)이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자녀가 다니거나 다닌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영어유치원 비용은 월평균 154만원(교육부,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달한다. 교재비, 차량 이용료 등을 포함하면 연간 3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집·유치원 수가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어유치원은 왜 계속 늘어날까.
3월부터 아이를 서울의 유명 영어유치원 5세반에 등록한 C씨, 역시 3월부터 또 다른 서울의 유명 영어유치원 7세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D씨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영어 노출이 많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자녀를 일반 유치원 7세반에 보내고 있는 E씨는 아이가 6세반, 7세반에 올라갈 때마다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했다. E씨는 “아이가 낯을 많이 가리고 기관 적응에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결국 선택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놀이하면서, 동화책 보면서,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부모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반 어린이집·유치원에서도 대부분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 노출을 극대화한 곳이 영어유치원이다. 유치원이 아닌 어학원의 유치부지만,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반일제(3시간 이상) 또는 종일제로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램 선호도 영향을 미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2024. 12)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설문조사 당시 반일제 이상 학원(영어유치원·놀이학교 등)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이 해당 학원을 선택한 이유로는 ‘낮은 강사 대 아동 비율’(30.77%)과 ‘어린이집·유치원보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30.77%)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던 부모들은 주변의 아이가 영어유치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지” 하는 걱정부터 어린이집·유치원 아동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녀의 교우관계를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미취학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영어유치원은 대체로 ‘5세반’이나, ‘새 학기’엔 입학시험(레벨테스트·‘레테’) 없이 등록할 수 있다. 6세·7세에 등록할 때나, 학기 중간에 등록할 때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를 받는다. C씨의 자녀는 5세반 새 학기라서 입학시험 없이 영어유치원에 등록했고, D씨의 자녀는 7세반에 들어가야 해서 레벨테스트를 봤다고 했다. 다만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 후 아이의 영어학습 수준이 개설된 반에 못 미치면 등록이 어렵고, 수준이 맞는 반의 인원이 다 찼을 때는 대기해야 한다. 최근 유치원 하원 후 갈 수 있는 영어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E씨는 “학기 중간에 들어오려면 아이가 수업을 따라갈 정도가 되는지 평가를 하고 수준이 맞지 않으면 다니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일부 유명 영어유치원들은 인기가 많아 5세 입학 때도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입학시험을 치른다. 입학을 위해 2~3세부터 영어 개인 교습을 받는다든지, 준비 학원에 다닌다든지의 행태가 나타났다.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 치르는 유명 초등 어학원의 입학시험을 가리킨다. ‘4세·7세 고시’는 국제학교나 대학 입시까지 고려한 영어 사교육 노선의 앞 단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및 교수 5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사교육은 상대적 좌절감, 스트레스, 우울증 및 불안장애를 초래하며 지나친 경쟁 문화는 독성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 안정과 뇌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업 실패나 낮은 성적은 부정적 자기 개념과 자존감 저하로 연결될 수 있고, 근골격계 발달 저해 및 신체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3세 이하는 공부보다는 놀이 중심 활동, 만 5세 미만의 학습 시간은 하루 20분~1시간 이내가 적정하다고 밝혔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F씨는 지난해 아이를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에 1년간 보냈다. F씨는 “입학은 빈자리가 있어서 쉬웠지만 아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높고, 아이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차단하는 식의 평가를 자주했다”며 “부모들에게 불안을 심어주려 한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개정 법률에 따라 오는 9월부터 학원설립·운영자, 교습자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 또는 평가를 실시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일정 기간 영업정지나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다만 “유아가 학원 등에 등록한 이후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 행위는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4세·7세 고시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된 이후인 지난해 10~12월 서울의 주요 영어유치원의 입학설명회를 참관해 보니, 학원들은 자체 입학시험 대신 토플·토익 등 외부기관의 평가 결과지 제출, 말하기 영상 파일이나 포트폴리오 제출, 영어 구술 면접 등으로 입학 선발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초등 대상 어학원은 7세 때 치르던 입학시험을 올해는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에 치르기로 예고해 “‘8세 고시’가 생겼다”는 말도 나왔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사실상 입학시험을 대체하는 입학기준을 설정한 사례들”이라며 “입학시험을 안 치르더라도 입학한 직후에 얼마든지 보호자 사전 동의 후 면담·관찰이라는 평가 방식을 통해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시험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아동의 학업 이행 수준에 맞춘 반을 나눠 운영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민사회는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 또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신 대표는 “단서조항이 법 조항과 모순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에 관찰·면담 방식에 대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해 8월 유아 대상 학원의 입학시험 금지를 촉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올해 1월 ‘4세·7세 고시 금지법’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태국 한국학원총연합회 외국어교육협의회 기획이사는 수준별 배정을 위한 평가와 관련해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업 수준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고, 맞춤별 수업을 원한다”며 “아이의 학업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반에 배정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필고사나 서류 제출 금지 등을 포함해 시행령에서 정해지는 내용에 대해서는 학원들도 책임감을 갖고 따를 것”이라며 “다만 공인된 학원 밖에서 개인 교습이나 불법 테스트 학원 등이 성행하는 등의 부작용은 우려된다. 부모들의 요구에도 부응할 만한 입학 후 맞춤형 교육 방식을 학원들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4세·7세 고시 금지법’은 단순히 학원의 입학시험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를 넘어 사교육 시장의 영업 자율성이나 부모의 교육권이 무한정 허용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정서적 학대 수준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규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 법률은 처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이것만은 지키자’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신고포상금제 운용, 유아 대상 심야 학원 영업 금지 등의 추가 규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2007~2015년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영유아 사교육비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교육부의 2024년 시험조사 때는 그 규모가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양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사교육 시장 타깃 연령이 낮아지고 집중되고 있다”며 “초·중·고 대상으로 하던 사교육 실태조사를 영유아 사교육까지 포함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학부모들도 정확한 학원 정보를 알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4세·7세 고시 금지법’ 시행에 관해 양 교수는 “학원의 입학시험이 변형된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법 조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때때로 맞춰가면 된다”며 “교육부가 그럴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준별 배정을 위한 진단 방식이 정답을 요구하는 구술 평가나 외부 시험 성적 제출 등 실질적인 지필고사 형태의 시험이라면 금지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는 초·중·고뿐만 아니라 영유아 사교육 시장도 포함해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4세·7세 고시 금지법’ 통과 후 학원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실록지리지의 비극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첫째 기억. <단종실록>을 읽다가 불현듯 차를 몰고 영월로 달려간 적이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이었다. 늦은 여름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가는 국도를 거쳐 주촌 산길로 빠졌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엔 강을 건너주는 사공이 있었고, 그의 말로는 여기가 남강이라고 했다. 남강은 유턴을 하며 흐르고 있었고 뒤는 절벽, 그리고 또 산이었다.
나는 영월 화력발전소에 근무하던 친구 집에 묵었다. 친구는 이런 산골짜기까지 조사를 해서 화력발전소를 지었던 일제 식민지 지배의 집요함이 섬뜩하다고 말했다. 나는 청령포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런 험지가 있는 걸 알고 단종의 유배지로 정했을까?
순간 ‘세종실록지리지’가 떠올랐다. <세종실록>은 일기처럼 연월일로만 된 다른 실록과 달리, 음악이나 의례 같은 분야사를 부록처럼 수록하고 있다. ‘지리지(地理志)’도 그중 하나이다. 거기에 강원도 원주목 영월군의 현황이 적혀 있다. 땅이 척박해 벼농사가 안되고 기장, 피, 조, 콩 등 잡곡을 경작한다. 느타리, 송이버섯, 꿀, 노루가죽 등이 특산물이란 정보도 실려 있다. 영화에서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엄흥도의 엄(嚴)씨도 영월 토성(土姓)이라고 나와 있다. 단종과 관련해 엄흥도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데, 그의 행적에 대한 기록은 <충의공 엄선생 실기>에 남아 있다(율곡국학진흥원, 2021 번역).
지리지는 전국의 지형, 물산이 담긴 종합정보서로, 세종 때 조사한 결과이다. 이 지리지를 참고해 영월이 단종의 유배지로 정해졌을 것이다. 세종은 지리지를 편찬하면서 둘째 아들 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고, 손자를 여기 영월로 유배시키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행위는 그 목적과 다른 결과를 낳는 일이 적지 않다.
군(君), 사릉(思陵)
조선 역사에서 폐위된 임금이 셋 있었다. 노산군(魯山君)·연산군(燕山君)·광해군(光海君)이 그들이다. 흔히 ‘군’을 왕자를 지칭하는 말로 오해하는데, 아니다. 임금답지 못한데 참람하게 왕위에 있다가 폐위된 경우 ‘모군(某君)’이라는 식으로 기록한다는, 주자(朱子)의 <자치통감강목> 범례에 따른 명칭이다.
수양대군은 1453년 정난(靖難)으로 미화한 ‘계유사화’를 통해 안평대군·김종서·황보인 등을 죽이거나 쫓아내고 정권을 잡았다. 이어 2년 뒤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았다. 이윽고 1457년(세조 2) 6월21일, 성삼문 등 사육신 및 단종의 장인 송현수가 역적모의를 꾸몄고 단종이 거기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단종은 상왕(上王)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되고 궁에서 쫓겨나 영월로 떠났다. 단종의 왕비 송씨는 남편과 헤어져 지금의 남양주로 쫓겨났다. 세조 이후 성종, 연산군, 중종대까지 살다가 82세에 기구한 인생을 마쳤다. 그의 무덤은 사릉(思陵), ‘그리워하다 죽은 사람의 무덤’이다. 지금 경춘선 사릉역이 있다.
여기서 둘째 기억. 내가 상왕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저 단종이라고만 불렀지 노산군이 정확히 언제 단종이 되었는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조사를 시작하게 됐고, 2010년 나온 <조선의힘>(역사비평사)에 상세히 밝혀놓았다.
242년의 기억
단종 복위 시점은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첫째, 조선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이루어진 시기가 다름 아닌 ‘망해가고, 경직된, 당쟁으로 얼룩진’ 시대라고 배웠던 1698년(숙종 24) 전후였기 때문이다. 4년 전에는 장희빈을 내치고 인현왕후를 복위시키는 갑술환국(1694, 숙종 20)이 있었다. 계산해보니 노산군으로 쫓겨난 뒤 242년 만에 단종으로 복권된 것이었다. 이것이 놀라웠던 두 번째 이유였다.
생각해보자. 세조 이후의 왕, 예를 들어 예종, 성종부터 쭉 세조의 후손이다. 문종이나 단종의 후손이 아니다. 따라서 세조에게 반역했다는 죄명을 얻은 사육신과 단종에 대한 복위 논의를 꺼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조선 사람들은 오랜 시간 잊지 않고 결국 바로잡았다.
그래도 사육신의 무덤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 노산군 제사는 지내야 하지 않느냐, 사육신에 대한 기록을 남기자, 이제 세월도 흘렀지 않느냐, 생각해보면 충절이 있지 않으냐 등등의 이유를 들어 복권, 복위 논의를 이어왔다. 결국 세조의 본의도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내가 보기엔 당치도 않은 이유까지 만들면서 결국 숙종이 사육신과 단종의 복권, 복위를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아들과 딸의 사랑
이러한 조정의 논의를 이해하려면 먼저 민심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민심이 단종의 억울함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많다. 예를 들어, 명종 때 박충원이 영월군수로 있을 때, 고을에는 요사한 일들이 발생해 사람이 죽곤 했다고 한다. 특히 관청의 관리들이 이름 모를 병으로 죽어갔다. 사람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죽은 노산군의 원혼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했다. 이런 민원에 따라 노산군 묘에 제문을 지어 제사를 올리고 나서야 이상한 일들이 그쳤다고 한다.
언젠가 <공주의 남자>라는 드라마에서 김종서(1384~1453)의 아들과 세조(1417~1468)의 딸이 사랑에 빠지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세종의 충신이었던 김종서에게는 아들이 다섯 있었는데, 셋째 승유(1420~1495) 빼고는 계유사화 전후로 모두 몰살당했다. 손자들도 몰살당했다. 한편, 세조에게 의숙공주(1440~1478)가 하나 있긴 했다. 하지만 그는 정인지의 아들 정현조와 혼인했다. 그러니까 나이나 상황으로 보아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길 리 없었다.
금계필담의 일화
서유영이 모은 야담집 <금계필담>(1873)에는 세조의 맏딸과 김종서의 손자가 혼인했다는 말이 실려 있다. 이미 살펴본 대로 턱도 없는 얘기이다.
세조 딸과 김종서 손자의 혼인설은 거의 거짓(허구가 아니라!)이다. 역사학자는 없던 일을 있다고 하면서 논의를 시작할 수가 없다. 이 얘기는 사실이 아니므로 사료(史料)에서 기각된다. 하지만 이 얘기를 사람들이 야담으로 전해왔다는 건 사실이다. 즉 혼인설을 지어내고 얘기하는 민심은 기각되지 않는다.
나는 당시 이 얘기를 하던 사람들도 이것이 거짓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고 추정한다. 그럼 왜 그랬을까? 왜 이런 얘기가 만들어지고 전해졌을까? 사회와 나라의 룰이 부당하게 깨지고 무너진 데 대한 불안, 공분, 나아가 억울함에 대한 인민의 공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었다. 이 지점에서 없는 얘기라도 만들어 피해가려던 게 아니었을까? 환각제를 맞아서라도 집단적 상처를 누그러뜨리려는 안간힘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역사에서 사람들의 정치의식은 이렇게 숨겨진 은닉 대본(hidden script)으로 보존된다.
영화는 영화, 역사는 역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을 넘어 역대 관객 동원 1위의 신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선지 주변에서 내게 자꾸 묻는다. 그 영화 사실이냐고. 이런 질문을 예상했는지, 영화는 처음부터 사실에 바탕을 두되 상상력을 더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어떻게 양해를 구하겠는가.
좀 아는 친구들은 무슨 도승지가 한양에 있다가 금방 영월에 있을 수가 있냐,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도승지 혼자 유배도 보내고 역모도 진압하느냐고 비판한다. 맞다. 유지태 배우가 훌륭히 연기한 한명회가 당시 도승지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이건 역사학도의 생각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유지태 배우만으로도 영화의 완결성을 갖출 수 있다면 배우 섭외나 제작비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가 ‘사극’이니까 묻고 싶다. 사람들은 이 영화에 어떤 민심을 반영하고 싶은 걸까? 지난 영화들과 달리 주인공이 되어 새롭게 등장한 단종과 엄흥도를 보면서 21세기 시민들이 만들어내고 싶은 야담은 무엇일까? 시민들이 은닉 대본에 숨기고 싶은 정치의식은 무엇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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