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당일 이완용은 ‘명필’이었을까?…당대의 눈으로 본 그 시대 역사
작성일 26-03-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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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가 쓴 <나는 이완용의 글씨가 궁금했다>는 그간 정치적 차원에서 주로 다뤄진 이완용이란 인물을 독특하게도 ‘서화계’, ‘미술사’라는 차원에서 다룬 책이다.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이완용의 ‘글씨’가 주인공이 된다. 지난 3월 10일 저자인 강민경씨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이 책의 제목을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왜?’라는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강씨는 처음엔 우연한 호기심이었다고 말한다. 글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국 미술사를 연구하던 중 길목길목에서 이완용이라는 인물을 마주쳤다. 등장은 하지만, 그때마다 ‘어느 단체에 참여했다’ 등의 사실관계만 간단하게 언급될 뿐 그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가 이어지진 않았다.
“이완용이 친일파인 건 맞는데, 그와 별개로 당시 자료 등을 보면 글씨를 잘 썼다는 평이 많아 ‘명필’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당대 한·일 지식인들과의 교류도 있었고, 근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권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인 것도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그가 단순히 이완용의 ‘의외의 일면’을 보여주고자 이 기획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잘 쓰긴 했는가, 만약 잘 쓰지 않았다면 명필이라는 신화는 왜 생겼는가, 당대에 서예란 어떤 의미였는가 등을 아울러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그간 보지 못했던 부분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요.”
저자는 이 책에서 이완용이 쓴 수많은 글씨를 분석하고, 그의 평전 <일당기사>나 당대 발행된 잡지, 신문에서 이완용과 관련된 보도를 통해 당대 이완용의 글씨와 그가 미술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폈다. 특히 이완용이 쓴 <일당선고일기>는 그간 나왔던 이완용 평전이나 연구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중요 문헌으로, 저자가 국립중앙도서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다 발굴한 사료다.
“그(이완용의) 필적을 얻기 위해 보내오는 비단 폭이 서안(書安)에 쌓이고 책상에 흘러넘칠 지경… 춥고 더운 것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10여매를 쓰셨으니.”
이완용의 처조카이자 친일파 김명수가 쓴 이완용 평전(<일당기사>)에 나온 대목이다. 이완용은 실제로 어려서부터 글씨를 썼고, 웬만큼 글씨를 쓰지 않으면 내기 어렵다는 <천자문>을 써서 편찬하기도 했다. 서화협회 등 주요 단체의 설립에 간여한 것 외에도, 조선미술전람회 서부 심사에 4회나 참여하기도 했다. 이완용 ‘명필 신화’는 독립문 편액을 그가 썼다는 설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말 이완용은 글씨를 잘 썼을까? 오세창(1864~1953), 김은호(1892~1979) 등은 이완용의 글씨에 대해 ‘그냥 좀 썼다’, ‘귀족 중에선 붓글씨를 가장 잘 썼다’ 정도로 평했다.
저자는 말한다. “이완용의 글씨를 두고 ‘테크니션이지만 힘은 없는 서체’, ‘예쁘긴 한 서체’라고 평하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글씨에서 쓴 사람의 정신을 특히 중요시하는데 예를 들어 김구 선생의 글씨체를 ‘총알체’라고 해요. 1938년에 총알을 가슴에 맞는 바람에 그 이후로 김구의 글씨는 삐뚤삐뚤하게 떨리는 모양이 됐는데 그 글씨를 통해 사람을 볼 수 있는 거죠. 안중근 의사가 뤼순 옥중에서 쓴 글씨에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나오는 기백이 전해지고요. 하지만 이완용의 글씨엔 그런 게 부족하다고 볼 수 있죠.”
이완용의 글씨 중 가장 특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글씨가 ‘평상심시도’다. ‘상(常)’ 자를 중앙에 길게 획을 늘려 그리고 주위에 작은 글씨로 나머지 글자를 배치한 글씨다. 원형은 일본 승려 하쿠인 에가쿠(1685~1768)가 쓴 ‘평상심시도’로, 지금까지 남은 것이 상당수에 이를 정도로 이완용은 비슷한 글씨를 즐겨썼다. “(하쿠인 등에 비해) 이완용의 글씨는 거친 맛이 덜하고, 과장이 과한 부분이 눈에 띄는 편이죠. 책에는 싣지 않았는데, 이완용이 쓴 평상심시도 가운데 정사각형에 똑같은 글자를 쓴 경우도 있어요. 당연히 종이가 짧으니까 획도 짧아졌는데, 이완용이 글씨를 쓸 때 그만큼 전체적인 조화 등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겠죠.”
이처럼 이완용의 글씨가 뛰어난 개성이나 기백이 없음에도 당대에 ‘명필’이라는 신화가 만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이완용이 나름 붓글씨 실력을 갖췄던 데다, 당시 그의 정치·사회적 위상이 높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서예에서 글씨는 그 사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전반적으로 그의 글에 개성이나 기백이 보이지 않는 건 이완용이라는 인간의 개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그의 일기 <일당선고일기>를 보면 (비슷한 시기 윤치호·황현 등의 일기와 달리) 정말 단순하게 날짜, 날씨, 어디 가서 누굴 만났다, 정도로 기계적인 말밖에 없어요. 1911년(한·일병합조약 체결 이후)의 일기에도 혹시 자신의 심정 같은 게 드러나 있지 않을까 해서 봐도 마찬가지로 내면 이야기는 전혀 없고 날짜와 뭐 했다만 적혀 있더라고요.”
때론 글씨보다 즐겨 쓴 낙관(서화 옆에 자신이 썼음을 알리기 위해 찍는 도장)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다. 글씨는 남에게 부탁받은 문구를 쓰기도 하지만, 낙관만큼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 철학을 담은 문구를 넣어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완용이 즐겨 쓰던 낙관 문구 가운데는 ‘일삼성오신(日三省吾身·하루에도 세 번 반성한다)’, ‘천하일등인충효(天下一等人忠孝·천하에 제일 가는 사람은 충효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등이 있었다.
이완용의 글씨와 연관해 한때 유력하게 제기됐던 설 중 하나는 이완용이 독립문 현판을 직접 썼다는 가설이었다. 1924년 7월 15일자 동아일보의 한 독자코너(내 동리 명물)에서 ‘독립문이란 세글자는 이완용이가 쓴 것이랍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독립문이 세워진 시점인 1896년은 미국, 청나라, 러시아 등 주변 열강이 한반도를 노리고 있던 시기였으며, 이완용은 독립협회의 2대 회장을 맡고 독립문 건립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시대적 상황이나 당시 그의 행적을 보면 독립문 현판을 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완용과 함께 독립문 현판을 쓴 인물로 추정되는 인물로는 독립운동가 김가진(1846~1922)도 있다.
저자는 이완용이 쓴 <천자문>에 실린 독립문(獨立門) 글자를 한자 한자 따져가며 김가진 글씨와의 차이점을 분석한 뒤 제3의 가능성(그래픽체)까지 고려한 결과, 독립문 현판은 누가 썼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분명한 건 있다. 독립문을 세운 1896년 당시엔 김가진과 이완용 둘 다 나라 걱정에 불타오르던 선각자였으며, 큰 나라를 섬기던 사대관계를 청산하고 새 나라를 만들어가려는 뜻을 담은 편액 글씨를 쓸 자격이 여러모로 충분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행보가 달라지는 것은 독립문이 완공되고 한참 뒤의 일이었다.”(106쪽)
저자가 책에서 살펴보는 당대 지식인들 간의 관계도 무 자르듯 ‘네 편 내 편’을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반일 성향이 강했던 작가인 안중식, 이도영은 서화미술원에서 이완용과 장황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독립운동가 김택영은 서울에 있던 일본 문인 모리 카이난과 교류하며 그의 시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뒤 모리 카이난이 이토 히로부미를 수행하다 안중근의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듣자 기뻐하며 <안중근전>을 쓰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보는 건 흑백이 분명한, 결과 중심적인 관점이 되기 쉬워요. 결과를 아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하지만 당대인의 관점으로 봤을 때 어떤 일도 원래부터 결과가 내정돼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지 않고, 막상 들여다보면 굉장히 복잡한 경우가 많아요. 오늘날에도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사적으론 친밀한 경우도 있고요. 단순히 모든 것의 좋고 나쁜 부분을 기계적으로 보지 말고, 최대한 당대인의 입장에서 그를 하나의 ‘연극 속 인물’처럼 바라볼 때 우리가 더 당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 책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료 발굴 및 관련 연구가 확산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완용에 대해 연구를 한다고 하면 인물에 대한 조명뿐 아니라 그 당대의 문화와 지식인들의 행동 양식 등을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렌즈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매국노이기 때문에 모든 걸 알 필요가 없다고 치부해버리면 그 시대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확대경을 잃어버리는 셈이죠. <시경>에 ‘채봉채비 무이하체(采葑采菲 無以下體)’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무를 캐는 이유는 뿌리에만 있지 않다는 뜻인데요. ‘매국노’이자 한 서예가로 살아간 그의 모습을 통해 각자가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 개혁안의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정부 주관 첫 공청회에서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줘야 하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보완수사 주체 문제는 권한 싸움이 아니라 책임을 어떻게 분배할지 문제”라고 보면서도 검사가 보완수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과 대한변호사협회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수사기관 역량 강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는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주관한 첫 공청회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야 할지를 주로 논의했다. 정부는 현재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현 검찰청)의 조직 구성 등 내용을 담은 중수청·공소청 법안만 입법예고하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여부를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보완수사권 문제가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빼앗는 데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사 기관(중수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과 공소기관(공소청)을 분리하기로 한 상황에서, 보완수사는 수사 책임과 공소 책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논의하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는 것이다.
류경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는) 수사기관으로선 수사 책임을 완결하기 위해 감당할 영역이라고 볼 수 있고, 공소기관은 공소제기를 완성도 있게 하려면 (증거가) 미진한 부분은 직접 보완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며 “보완 수사는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간 권한 싸움이 아니라 형사 절차에서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관점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의 목표는 검사가 수사를 전혀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보완수사를 누가 할 수 있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근거로 들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현재는 전체 90% 사건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하는 사건은 10%밖에 되지 않지만 수사 지연에 대한 체감이 크다”며 “남은 직접 보완수사 사건을 보완수사 요구로 전환하면 수사 절차의 지연을 넘어서 수사 정체, 수사 정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 측에서는 진술 회유·강요, 강압 수사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검찰의 수사 관행을 문제 삼았다. 장주영 변호사(늘푸른합동법률사무소)는 “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직권남용은 책임을 묻거나 형사처벌을 한 적도 없고 재발 방지 대책도 없이 관례적으로 반복된다”며 “신속성과 효율성 때문에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인지 수사까지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재 입법 예고된 중수청·공소청법에 담긴 조직 구성에 대한 의견도 일부 나왔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은 “수사 업무는 준사법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중수청도 준사법적 업무를 하는 거로 봐야한다”며 “이들 기관이 강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법조인 조직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공소청의 인적·물적 구조가 그대로 남는데 보완수사를 허용하면 남은 구조를 이용해 더 넓은 영역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며 “현재 공소청 법안에서는 공소청의 인적·물적의 축소에 대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검찰 개혁안을 둘러싸고 여권 내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공개 토론 방식으로 다양한 사회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향후 10여 차례가량의 공청회를 더 열기로 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오는 16일 ‘보완수사와 보완수사요구’를 주제로 추가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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